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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인 높이에 서 있기에..인간성을 망각 않는다, 다비드 르 브르통, 걷기예찬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독신자 북클럽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발로 걸어가는 인간은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을 활짝 열어주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으로 빠져든다. 그 명상에서 돌아올 때면 가끔 사람이 달라져서 당장의 삶을 지배하는 다급한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시간을 그윽하게 즐기는 경향을 보인다. 걷는다는 것은 잠시 동안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 (…) 비록 간단한 산책이라 하더라도 걷기는 오늘날 우리네 사회의 성급하고 초조한 생활을 헝클어놓는 온갖 근심걱정들을 잠시 멈추게 해준다. 두 발로 걷다보면 자신에 대한 감각, 사물의 떨림들이 되살아나고 쳇바퀴 도는 듯한 사회생활에 가리고 지워져 있던 가치의 척도가 회복된다. 자동차 운전자.. 더보기
저 가방 때문에 이 사진이 좋은데, 이 여자의 생활이 보여서, 김애란, 너의 여름은 어떠니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독신자 북클럽 내 사진이 나왔다. 벚꽃을 배경으로 학교 옥상에서 찍은 독사진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친구가 맞은편 건물 안에서 셔터를 눌러, 창문 주위의 네모난 어둠이 액자처럼 봄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봄 한가운데에 내가 있었다. "이 사진 좋다."선배가 '일시 정지' 단추를 눌러 슬라이드 쇼 상태에서 자동으로 넘어가는 사진을 멈추게 했다. "난 싫은데." "왜?" "이 가방 때문에요. 옷이랑 너무 안 어울리잖아요. 다리도 굵게 나오고."나는 황토색 인조가죽 가방을 가리키며 투덜댔다. 당시 내게 하나밖에 없던 가방이라 아무 옷에나 줄기차게 들고 다닌 거였다. "난 저 가방 때문에 이 사진이 좋은데." (…) "이 여자의 '생활'이 보여서." _김애란, 「너의 여름은 어떠니」 中 더보기
누구나 알고 있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베르 카뮈, 이방인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 저녁이었다. 나는 생각의 방향을 돌리려고 또 애를 쓰는 것이었다. 나는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 나를 따라다니던 그 소리가 멎어버릴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리 해도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나는 진정한 상상력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래도 이 심장의 고동 소리가 나에게 들리지 않게 될 순간을 나는 생각해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 그들이 새벽녘에 온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결국 나는 밤마다 그 새벽을 기다리며 지낸 셈이다. 갑자기 놀라는 것을 나는 언제나 싫어했다. 내게 무슨 일이든 생길 때면 거기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은 것이다. (…) 사람이란 아주 불행하게 되는 법은 없는 거라고 어머니는 가끔 말했었다. (…) "그래, 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거다." .. 더보기
만추(晩秋, Late Autumn)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독신자 북클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