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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지몽

나비를 꿈꾸는 자, 꽃들에게 희망을 / 김중식, 이탈한 자가 문득 - 사각공간 Layer. 1 그들은 꽤 오랫동안 그냥 그렇게 있었습니다. 갑자기 그들은 자신들의 등을 밟고 기어가는 것이 이제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동그랗게 뭉쳤던 몸을 펴고 눈을 떴습니다. 그들은 애벌레 기둥 옆에 나와 있었습니다. _트리나 포올러스, 『꽃들에게 희망을』 中 Layer. 2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더보기
독서? 이상, 시제10호 나비 / 카프카, 인디언이 되려는 소망 / 심우도 입전수수 / 호접지몽 - 사각공간 Layer. 1 찢어진 벽지壁紙에 죽어가는 나비 유계幽界에 낙역絡繹되는 비밀秘密한 통화구通話口 지면(紙面)에 박제(剝製)되어 있다가 읽어냄으로써 자구(字句)의 맥박은 다시 뛰기 시작하니 그야말로 활자(活字)! 이미 죽고 없는 이를 마음 자리에 모셔 더불어 대화하니 이야말로 '유계에 낙역되는' 것. 읽지 않고는 겪을 수 없는 바 '비밀한 통화구'. 이하 시구(詩句), 어느 날 거울 가운데의 수염鬚髥에 죽어가는 나비를 본다. 날개 축 처어진 나비는 입김에 어리는 가난한 이슬을 먹는다. 통화구通話口를 손바닥으로 꼭 막으면서 내가 죽으면 앉았다 일서드키 나비도 날아가리라. 이런 말이 결決코 밖으로 새어나가지는 않게 한다. 가난 중에 처하여서도 책읽기를 그치지 않는, 모습처럼 보이는 게 나뿐인 건 아니겠죠 :)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