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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common place/오늘의 날詩

나의 어제는.. 나의 청춘은 윤회하러 가버리고.. 김혜순,詩,나의 어제는 윤회하러 가버리고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북클럽 [1인용 사막] 나의 청춘은 윤회하러 가버리고나만 남았다 나랑 놀던 아저씨도 윤회하러 가버리고나만 남았다지난 겨울 폭설이 뒤덮은 지붕들은 윤회하러 가버리고옷 벗은 지붕들만 남았다 흰 면사포, 흰 구두, 흰 축복, 흰 드레스, 흰 귀걸이, 윤회하러 가버리고설거지할 것, 쓸어버릴 것, 닦아줄 것, 문댈 것, 지켜줄 것, 싸매줄 것, 쓸어버릴 것, 꿰매줄 것, 후후 불어줄 것, 안아줄 것, 핥아줄 것이 남았다. 활짝 핀 꽃마다 윤회하러 가버리고바늘로 뚫어놓은 목구멍만 남았다 계단이 20 19 18 17 목이 꺾일 때마다눈물은 17 18 19 20 눈금 위로 차올랐다 온종일 나는 윤회하러 가버리고녹슨 과자 상자에서 툭 떨어진옷 벗은 종이인형처럼소파에 비스듬히 또 나만 남았다에잇, 이것들이 정말 어디 갔어?이것들이 윤회하러 가버.. 더보기
인간적인 높이에 서 있기에..인간성을 망각 않는다, 다비드 르 브르통, 걷기예찬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독신자 북클럽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발로 걸어가는 인간은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을 활짝 열어주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으로 빠져든다. 그 명상에서 돌아올 때면 가끔 사람이 달라져서 당장의 삶을 지배하는 다급한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시간을 그윽하게 즐기는 경향을 보인다. 걷는다는 것은 잠시 동안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 (…) 비록 간단한 산책이라 하더라도 걷기는 오늘날 우리네 사회의 성급하고 초조한 생활을 헝클어놓는 온갖 근심걱정들을 잠시 멈추게 해준다. 두 발로 걷다보면 자신에 대한 감각, 사물의 떨림들이 되살아나고 쳇바퀴 도는 듯한 사회생활에 가리고 지워져 있던 가치의 척도가 회복된다. 자동차 운전자.. 더보기
나의 생에 당신의 먼 생을 포개보는 일, 김선재, 이상한 계절, 목성에서의 하루 - 독신자 북클럽,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돌아누울 곳이 없는 밤입니다 모닥불은 꺼지고 부풀어 오르는 구름들이 점점 먼 곳으로 흘러갑니다 찢어진 하늘에 매달린 맨발들을 따라가면 물 위에는 검은 무덤 섬들이 떠내려갑니다 간혹 이름표도 떠오릅니다 버려진 신발에 발을 넣어보는 일은 어제로 조금 다가가보는 일 나의 생에 당신의 먼 생을 포개보는 일 잃어버린 말과 잊지 못할 이름들 사이에 서 있습니다 영영 가지 않는 어제와 오지 않을 내일 사이에서 아직 내게 남은 부위를 확인하는 밤입니다 점점 달은 기울어 발목을 자르고 흘러가는 구름들 우리의 시간은 콕콕 소금을 찍어 먹듯 간결해졌습니다 사실은 그뿐입니다 떠난 적 없는 사람들이 내내 돌아오지 않는 이상한 계절입니다 _김선재,詩 「이상한 계절」 전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