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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부탁

말이 내 안일을 뒤흔들 것이 두려워 철갑 입으면 말도 상투성의 철갑 입을 것,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 독신자 북클럽,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어쩌면 모든 상투적인 말이 다 비장한 말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겟다. 늘 염원하면서도 내내 이루어지지 않았던 희망을 그 상투적인 말이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고 글어안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말이 상투적인 말이 되도록 놓아둔 것은 늘 보던 것 외에 다른 것을 보려 하지 않는, 다른 것을 볼까봐 오히려 겁을 먹는 우리들의 나태함일 것이 분명하다. 말은 제 힘을 다해 우리를 응원하는데, 우리가 먼저 포기해버린 탓일 것이 분명하다. 상투적인 말들도 처음에는 그 날카로운 힘이 우리의 오장에 파고들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말이 나를 넘어뜨리고 내 안일을 뒤흔들 것이 두려워 우리가 철갑을 입을 때 말도 상투성의 철갑을 입기 시작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시인들이 말의 껍질을 두들겨 그 안에서 비장한 핵심을 뽑아.. 더보기
고생하는 자는 영원히 고생하게 되어 있다 믿는 서글픈 체념의 촌놈들, 황현산, 사소한 부탁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살아서 그 고생을 하던 머슴은 왜 죽은 뒤에까지도 그 고생을 계속해야 하는 것인가. 이제 그 고통스러운 세상에서 육신이 해방되었으니 혼이라도 편안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 질문은 자못 엄숙하다. 인간의 운명을 그 핵심에서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19세기 중엽에 우리와 똑같은 질문을 했다. 파리 센강 변에 즐비하게 늘어선 고서점의 고서 더미에서 보들레르는 신기한 그림 한 장을 발견한다. 인체의 골격을 보여주기 위한 이 해부도는 앙상한 해골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화가는 그림에 제 생각 하나를 덧붙여, 해골이 그 골격을 곧추세워 밭을 갈고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벌써 저 세상의 몸이 된 이 해골에게도 아직 이 세상의 고생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두 개의 시로 되어 있는 이 시의.. 더보기
부당한 처사에 우리는 왜 입을 다물고 있는가. 영원히 고생하게 되어 있다 믿는 우리는 "서글픈 체념의 촌놈들" 황현산,사소한 부탁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보들레르는 신기한 그림 한 장을 발견한다. 인체의 골격을 보여주기 위한 이 해부도는 앙상한 해골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화가는 그림에 제 생각 하나를 덧붙여, 해골이 그 골격을 곧추세워 밭을 갈고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벌써 저 세상의 몸이 된 이 해골에게도 아직 이 세상의 고생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두 개의 시로 되어 있는 이 시의 뒷부분을 약간 길지만 그대로 인용한다. 서글픈 체념의 촌놈들아,너희들의 등뼈나 껍질 벗겨진그 근육의 온갖 노역으로,파서 일구는 그 땅으로부터, 말하라, 납골당에서 뽑혀온 죄수들아,어떤 괴이한 추수를끌어낼 것이며, 어떤 농가의광을 채워야 하는가? 너희들 (너무도 혹독한 운명의무섭고도 명백한 상징!), 너희들이보여주려는 바는, 무덤구덩이에서마저약속된 잠이 보장된 것은 아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