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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식

천국을 맛본 자, 맨정신이 싱겁겠으나, 김중식,시,1394 is 주체,울지도 못했다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나, 하도 속물이어서절밥은커녕 젯밥만 봐도 헛구역질하는데어쩌다 경經을 파먹으며중세 수도원을 찾아다녔나 몰라 천국을 맛본 자, 맨정신이 싱겁겠으나꿈결에 지은 집은 꿈 깰 때 접어야 하는데이마에 찍은 화인火印으로먼 곳을 비추는 서치라이트 지상에 세운 천국은팝업 그림책으로 벌떡 일어서는 병풍 지옥도地獄圖 (… 사랑없이 혁명을 하던 이념의 인공지능들) 나는 돌아다니며 여러 신에게 기도했지울면서, 술기운으로주여, 천국을 제자리에 두소서아무것도 하지 마소서(신이여 썩 물러가라!) 술김에 한 말은 술 깰 때 접어야 하는데(…)아무것도 안 한 사람들끼리 C U in Hell _김중식,詩 「1394 is 주체」中 도처(到處)에 난처(難處)한 사람들이정처(定處)를 모르고 헤매는 유령들이 그러니 천도(遷都)무주처(無住處)에.. 더보기
평화는 생사가 갈린 이후 잠시 반짝이는 적막, 김중혁,시,도요새에 관한 명상, 울지도 못했다 - 동네서점 사각공간 먹고살기 어려운 거지만 시베리아에서 뉴질랜드까지 얼굴이 반쪽 되도록 태평양을 세로지르는 도요새 먹고사는 게 최고 존엄 맞지만 멀리 가봐야 노동이고 높이 날아봐야 생계이므로 어지간하면 퍼질러 앉겠구만, 물과 뭍의 경계 드나드는 파도 틈새에서 하품하는 먹잇감을 노리는 도요새 평화는 생사가 갈린 이후 잠시 반짝이는 적막이다 먼 곳에도 다른 세상 없는데 새 대가리 일념으로 태평양을 종단하는 도요새 산다는 건 마지막이므로 살자, 살아보자, 다시 태어나지 않으리니. _김중식,詩 「도요새에 관한 명상」전문 더보기
나비를 꿈꾸는 자, 꽃들에게 희망을 / 김중식, 이탈한 자가 문득 - 사각공간 Layer. 1 그들은 꽤 오랫동안 그냥 그렇게 있었습니다. 갑자기 그들은 자신들의 등을 밟고 기어가는 것이 이제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동그랗게 뭉쳤던 몸을 펴고 눈을 떴습니다. 그들은 애벌레 기둥 옆에 나와 있었습니다. _트리나 포올러스, 『꽃들에게 희망을』 中 Layer. 2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