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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直線이라는 意思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은 尺의 線, 김승옥, 생명연습 - 독신자 북클럽,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만화로써 일가를 이룬 오선생 같은 분도, 좀 이상한 얘기지만 일을 하다가 문득 윤리의 위기 같은 걸 느낄 때가 있다, 라고 내게 말씀하시는 때가 있다. 윤리의 위기라는 거창한 말을 쓰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작은 실패담이라고나 할 수밖에 없는 일인데, 당사자에겐 퍽 심각한 문제인 모양이다. 이야기인즉, 하얀 켄트지를 펴놓고 먼저 연필로 만화 초(草)를 뜬다. 그러고 나면 펜에 먹물을 찍어 연필 자국을 덮어 그리는데, 직선을 그려야 할 경우에 어쩐지 손이 떨려서 그만 자를 갖다대고 그려버릴 때가 가끔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다 그리고 난 뒤에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자꾸 그 직선 부분에만 눈이 가고, 죄의식이 꿈틀거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이 이렇게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한다. 그건.. 더보기
경계하면서 사랑하는 체, 시기하며 친한 체, 기뻐하며 슬퍼해주는 체 - 독신자 북클럽,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경계하면서 사랑하는 체, 시기하며 친한 체, 기뻐하며 슬퍼해주는 체. 저는 너그럽습니다, 라고 표시하기 위하여 웃으려는 저 입술의 비뚤어져가는 저 선(線)이여. _김승옥,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中 더보기
꿈틀거림에 대한 얘기를.. 그렇지만 얘기는 오 분도 안 돼서 끝나버립니다,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난 우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는 붉어진 눈두덩을 안경 속에서 두어 번 꿈벅거리고 나서 말했다. "난 우리 또래의 친구를 새로 알게 되면 꼭 꿈틀거림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얘기를 합니다. 그렇지만 얘기는 오 분도 안 돼서 끝나버립니다." _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