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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common place

누구나 알고 있다,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베르 카뮈, 이방인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 저녁이었다. 나는 생각의 방향을 돌리려고 또 애를 쓰는 것이었다. 나는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오래 전부터 나를 따라다니던 그 소리가 멎어버릴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리 해도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나는 진정한 상상력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래도 이 심장의 고동 소리가 나에게 들리지 않게 될 순간을 나는 생각해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 그들이 새벽녘에 온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결국 나는 밤마다 그 새벽을 기다리며 지낸 셈이다. 갑자기 놀라는 것을 나는 언제나 싫어했다. 내게 무슨 일이든 생길 때면 거기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은 것이다. (…) 사람이란 아주 불행하게 되는 법은 없는 거라고 어머니는 가끔 말했었다. (…) "그래, 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거다." 다른사람들보다 먼저 죽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결국 서른 살에 죽든지 예순 살에 죽든지 별로 다름이 없다는 것을 나는 모르는 바 아니었다. (…) 지금이건 20년 후건 여전히, 죽게 될 사람은 바로 나다. 그때 그러한 나의 추론에 있어서 좀 거북스러웠던 것은, 앞으로 올 20년의 생활을 생각할 때 나의 마음속에 솟구쳐오르는 무서운 용솟음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20년 후에 어차피 그러한 지경에 이르렀을 적에 내가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를 상상함으로써 눌러버리면 그만이었다. 죽는 바에야 어떻게 죽든 언제 죽든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_알베르 카뮈, 『이방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