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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에서 발원, '실존주의자는 열정의 힘을 믿지 않습니다' '인간은 인간의 미래' / 사르트르,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 김선우, 발원 - 사각공간 Layer. 1 (…) 실존주의자는 열정의 힘을 믿지 않습니다. (…) 반대로 그는 인간은 자신의 열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존주의자는 이 땅위에 주어진 그 어떤 징표 속에서 자신에게 방향을 일러줄 도움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인간이란 자기 좋을 대로 징표를 해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존주의자는 인간은 그 어떤 뒷받침도, 그 어떤 도움도 없이 매 순간 인간을 발명하도록 선고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퐁주Ponge는 그의 매우 아름다운 글에서 "인간은 인간의 미래다 L'homme est l'avenir de l'homme"라고 말했습니다. 정말 맞는 말입니다. 다만 만약 우리가 미래는 하늘에 새겨져 있으며 신이 이 미래를 안다는 것으로 이 말.. 더보기
'진짜'에 사로잡히지 않기, 오리진(Origin)은 본래 그 자리, 전에도 후에도 그저 있을 뿐 / 키틀러, 광학적 미디어 / 이경숙, 도덕경 / 진이정, 유고시 - 사각공간 Layer. 1 (…) 근대 초기의 새로운 화기火器와 더불어, 카메라 옵스큐라는 투시도법의 도입으로 요약되는 시각의 혁명을 개시했다. 알다시피 인간은 석기시대부터 그림을 그렸지만, 브루넬레스키 이후에야 비로소 이미지 위에 그려지는 모든 요소들이 중앙에 구축된 단일한 소실점을 따라 정렬됐다. (…) 자크 라캉은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에서 프로이트가 완전히 간과했던 ‘응시’의 문제를 상세히 다뤘다. (…) 라캉은 헤겔과 마찬가지로, 예술과 (또는) 숭배의 가장 오래된 형태가 건축이었다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헤겔과 달리, 라캉은 이런 건축의 중심부에 신이 사는 것이 아니라 (피라미드나 교회당 내부처럼) 시체가 있을 뿐임을 명확히 밝힌다. 이러한 시체는 자기가 머물 수 있는 텅 빈 공간, 그러.. 더보기
나비를 꿈꾸는 자, 꽃들에게 희망을 / 김중식, 이탈한 자가 문득 - 사각공간 Layer. 1 그들은 꽤 오랫동안 그냥 그렇게 있었습니다. 갑자기 그들은 자신들의 등을 밟고 기어가는 것이 이제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동그랗게 뭉쳤던 몸을 펴고 눈을 떴습니다. 그들은 애벌레 기둥 옆에 나와 있었습니다. _트리나 포올러스, 『꽃들에게 희망을』 中 Layer. 2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더보기
독서? 이상, 시제10호 나비 / 카프카, 인디언이 되려는 소망 / 심우도 입전수수 / 호접지몽 - 사각공간 Layer. 1 찢어진 벽지壁紙에 죽어가는 나비 유계幽界에 낙역絡繹되는 비밀秘密한 통화구通話口 지면(紙面)에 박제(剝製)되어 있다가 읽어냄으로써 자구(字句)의 맥박은 다시 뛰기 시작하니 그야말로 활자(活字)! 이미 죽고 없는 이를 마음 자리에 모셔 더불어 대화하니 이야말로 '유계에 낙역되는' 것. 읽지 않고는 겪을 수 없는 바 '비밀한 통화구'. 이하 시구(詩句), 어느 날 거울 가운데의 수염鬚髥에 죽어가는 나비를 본다. 날개 축 처어진 나비는 입김에 어리는 가난한 이슬을 먹는다. 통화구通話口를 손바닥으로 꼭 막으면서 내가 죽으면 앉았다 일서드키 나비도 날아가리라. 이런 말이 결決코 밖으로 새어나가지는 않게 한다. 가난 중에 처하여서도 책읽기를 그치지 않는, 모습처럼 보이는 게 나뿐인 건 아니겠죠 :)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