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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visible

나비를 꿈꾸는 자, 꽃들에게 희망을 / 김중식, 이탈한 자가 문득 - 사각공간

 

Layer. 1

 

 

그들은 꽤 오랫동안 그냥 그렇게 있었습니다.

갑자기 그들은 자신들의 등을 밟고 기어가는 것이 이제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동그랗게 뭉쳤던 몸을 펴고 눈을 떴습니다.

그들은 애벌레 기둥 옆에 나와 있었습니다.

 

_트리나 포올러스, 『꽃들에게 희망을』 中

 

 

 

 

 

Layer. 2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_김중식,詩 「이탈한 자가 문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