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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common place

저 가방 때문에 이 사진이 좋은데, 이 여자의 생활이 보여서, 김애란, 너의 여름은 어떠니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독신자 북클럽

내 사진이 나왔다. 벚꽃을 배경으로 학교 옥상에서 찍은 독사진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친구가 맞은편 건물 안에서 셔터를 눌러, 창문 주위의 네모난 어둠이 액자처럼 봄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봄 한가운데에 내가 있었다.

 "이 사진 좋다."

선배가 '일시 정지' 단추를 눌러 슬라이드 쇼 상태에서 자동으로 넘어가는 사진을 멈추게 했다.

 "난 싫은데."

 "왜?"

 "이 가방 때문에요. 옷이랑 너무 안 어울리잖아요. 다리도 굵게 나오고."

나는 황토색 인조가죽 가방을 가리키며 투덜댔다. 당시 내게 하나밖에 없던 가방이라 아무 옷에나 줄기차게 들고 다닌 거였다.

 "난 저 가방 때문에 이 사진이 좋은데."

 (…)
 "이 여자의 '생활'이 보여서."


_김애란, 「너의 여름은 어떠니」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