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는 사진 뒤에 끼워둔, 조그마하게 오려둔 종이를 꺼냈다. 시사 잡지에서 오려낸 글귀. 그때 그 자리에서, 며칠 동안의 부재, 다시 또 그런 상황에 놓이더라도, 그 목소리의 이물스러움을 견디지 못할 것임을 아는 인기를
가격한
글귀.
지난 봄에 투신한 여학생이 남긴 유서의 일부분.
아파하면서 살아갈 용기 없는 자, 부끄럽게 죽을 것.
살아감의 아픔을 함께 할 자신 없는 자, 부끄러운 삶일 뿐 아니라…….
이 땅의 없는 자, 억눌린 자, 부당함에 빼앗김의 방관.
더 보태어 함께 빼앗음의 죄, 더 이상 죄지음의 빚짐을 감당할 수 없다…….
─故 박혜정의 유서에서
_이혜경, 『길 위의 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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