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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common place

살아 있어 다행이다, 살아도 된다, 미야자키 하야오, 이현우(로쟈), 책에 빠져 죽지 않기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미야자키 하야오가 생각하는 어린이문학의 의미란 무엇인가. 흥미로운 정의를 내리는데, 그에 따르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이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다"라고 인간에 대해 엄격하고 비판적인 문학과는 달리 어린이문학은 "살아 있어 다행이다. 살아도 된다"는 응원을 보내는 문학이다.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태도는 '다시 해볼 수 있다'는 긍정이다. "아이들에게 절망을 말하지 마라"라는 뜻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평소에는 허무주의나 염세주의를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일지라도 아이들 앞에서는 "너희들이 태어난 건 다 쓸데없는 일이야"라는 식으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즉 경계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주위에 없으면 그런 마음을 금방 잊어버리지만, 제 경우는 이웃에 보육원이 있으므로 내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고백이 거장다운 유머다.

 어린이란 어떤 존재인가. 미야자키 하야오가 보기에는 무엇보다도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존재다, "때가 올 때까지 아이는 제대로 부모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합니다"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곧 부모를 믿지 못하고 서둘러 성장하는 것보다는 의존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인생 수업을 거쳐서 어른으로의 성장과 자립을 중요시하는 독일식 교양소설과 어린이문학은 그래서 다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의존을 인정하지 않으면 아이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고까지 딱 잘라 말한다. 그가 생각하기에 아이는 현명해지는 만큼 또 몇 번이고 바보 같은 짓을 할 수 있으며, 아이에게는 거듭 바보 같은 짓을 할 권리가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를 구성하는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짐작하게 해주는 대목이다.

 '책에 관한 책'(*미야자키 하야오, 『책으로 가는 문』)이니만큼 저자의 독서론도 눈여겨볼 만한데, 먼저 미야자키 하야오는 책을 아무리 놓아두어도 아이들은 읽지 않는다고 한다. 책을 주변에 쌓아두면 자연스레 아이가 읽을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이 그의 경험담이다(많은 부모가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뭔가 거장다운 비책을 기대한 독자라면 조금 맥이 빠지는 답변이겠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책을 읽는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말한다. 무슨 효과 때문에 책을 읽히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대신에 더없이 중요한 것은 '역시 이것'이라고 할 만큼 아주 소중한 의미를 갖는 책 한 권을 만나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게 만난 책 한 권이 아이들의 인생을 바꾸게 될 것이다.

_이현우(로쟈), 『책에 빠져 죽지 않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