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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common place

'나는 이 세상에.. 몸을 얼얼하게 만드는 어떤 종류의 욕망이 있음을, 예감했다' 미시마 유키오, 가면의 고백 - 동네서점 사각공간

 나는 이 세상에 몸을 얼얼하게 만드는 어떤 종류의 욕망이 있음을 예감했다. 지저분한 몰골의 젊은이를 올려다보며 나는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욕구, 저 사람이고 싶다는 욕구에 휩싸였다. (…) 다른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면 다들 육군대장이 되기를 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게는 '분뇨 수거인이 되고 싶다'는 동경(憧憬)이 떠올랐다. (…) 말하자면 그의 직업에 대해 나는 어떤 날카로운 비애, 몸이 타는 듯한 비애에의 동경을 느꼈던 것이다. 지극히 감각적인 의미에서 '비극적인 것'을 나는 그의 직업에서 느꼈다. 그의 직업에서 '온몸을 바치고 있다'고 할 만한 어떤 느낌, 혹은 자포자기적인 느낌, 혹은 위험에 대한 친근한 느낌, 허무와 활력의 어지러운 혼합이라고 할 느낌, 그런 것들이 흘러나와 다섯 살의 내게 번개처럼 들이닥쳐 단숨에 나를 사로잡았다. 


_미시마 유키오, 『가면의 고백』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