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탤지어는 잃어버린 대상에 앞서 존재하며, 세상보다도 먼저 나타난다. 이 노스탤지어는 언제나 뒤늦게 나타나는 단어들을 가지고 융합의 공상이나 연속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노스탤지어 이전에 있었을 융합이나 연속에서 대상들은 자신의 윤곽을 취해 총체적 형태를 갖춘 별개의 육체가 될 수 있으며, 그로부터 비롯된 우리에게 매혹을 행사하러 온다.
단어들의 기원에는 어둠이 있다.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환영을 만들어내는 꿈이 단어들을 태어나게 한다. 그리하여 무시무시한 어둠, 기원에 있기 때문에 접근조차 불가능한 어둠은 단어들의 운명이기도 하다. 가시적인 한 육체를 욕망한다고 믿는 욕망마저도 이 어둠에 바쳐진다. 욕망이 끌어안는 육체 안에서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육체에는 결여된 무엇이다.
혀끝에서 맴도는 어떤 이름을 가진 자의 시선은 바로 이
어둠을 응시한다.
그는 자신의 꿈을 지켜 서서
기다린다.
그리고 비현실적인 충족 자체를
꿈꾼다.
언어는
환영을 꿈꿀 때
자신의 진실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다.
_파스칼 키냐르, 「메두사에 관한 소론」 中
'[言]common place' 카테고리의 다른 글
person / prosopon / person-a , 파스칼 키냐르, 메두사에 관한 소론, 혀끝에 맴도는 이름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0) | 2018.07.01 |
---|---|
선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곳을 떠났다.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0) | 2018.07.01 |
사색은 목마르고 괴로왔다, 헤르만 헤세, 싯달타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0) | 2018.07.01 |
나의 가슴은 한밤중에 꽃들을 피운다라고.. 옥타비오 파스, 활과 리라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0) | 2018.07.01 |
시는 '일어선' 언어이다, 옥타비오 파스, 활과 리라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0) | 2018.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