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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common place

나의 가슴은 한밤중에 꽃들을 피운다라고.. 옥타비오 파스, 활과 리라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무심無心의 언저리를 건드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

무심한 사람은 근대 세계를 부정한다. 근대 세계를 부정할 때, 그는


전체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전체를 건다.


지적인 면에서, 그의 결단은


생의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자 하는 욕망 때문에 자살을 하는 사람의 결단과

다르지 않다.


무심한 사람은 이성과 소극적 안일함의 다른 편에는 무엇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무심이란 이 세상의 반대편에 대한 매혹이다.


의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방향을 바꿀 뿐이다.


즉, 의지는 분석적 힘에 봉사하는 대신에, 분석적 힘이 자신의 목표를 위하여 정신적 에너지를 억압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이 문제에서, 서구 언어의 심리학적이고 철학적인 빈곤함은 시적 표현과 이미지의 풍성함과 대조가 된다.


십자가의 성 요한의 "침묵의 음악" 혹은 노자老子의 "텅 빈 충만"이라는 말을 기억해보자. 수동적인 상태는 침묵과 빔의 경험일 뿐만 아니라 능동적이고 충만한 순간의 경험이기도 하다. 즉,

존재의 핵심으로부터 이미지가 샘솟는 것이다.

"나의 가슴은 한밤중에 꽃들을 피운다"라고 아즈텍인의 시는 말한다.


_옥타비오 파스, 『활과 리라』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