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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common place

인간의 생애가 어떤 필연성 위에 세워지는 것이라고는 이제, 말할 수 없다. 나는 사십이 넘은 것, 김훈,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삶 속의 어떤 사태는 설명이나 이유와는 애초에 무관한 것이어서 그 앞에 '왜'를 붙여서 의문문을 만들 수는 없을 터인데 아마도 '너는 왜 소방관이 되었는가?'라는 질문 따위가 그러하리라.

인간의 생애가 어떤 필연성 위에 세워지는 것이라고는 이제, 말할 수 없다. 나는 사십이 넘은 것이다.

나는 단지 불을 꺼서 밥을 먹어왔고 자식을 길렀으며, 그리고 그것은 자랑일 리도 없는 그저 그런 견딤의 세월이었다고 말하는 편이 옳았고 편했다.


_김훈,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