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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common place

좋다, 그 순간 잡아먹힌다 해도! 성석제,호랑이를 봤다,작가의말(1999년 5월)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인생은 지루하다. 달라지려고 해도 달라지려는 것 자체가 평범한 게 되고 말며 게다가 그게 힘들기까지 하다. 그런데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같은 동네 장기 같은 훈수라든가, '소년은 어제와 오늘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답니다' 같은 딴 세상에서나 통하는 위안, '진주는 조개의 아픔 속에 태어난다' 같은 전통 있는 가짜 사탕이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다.


 심심하고 평범하며 한심한 가짜투성이와 부딪치고 맞닥뜨리는 삶의 행로이지만 어느 구석에, 그래, 네 인생이 바로 '그것'이라는, 나아가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존재의 오의(奧義), 삶의 비의(秘義)가 입을 굳게 다물고 다물고 있지는 않을까. 가까이 가게 되면 입을 쩌어억 벌리며 어흥, 소리치는 건 아닌지. 돌고 돌다보면 언젠가는 '그것'을 만날 것이다. 그 순간이 나를 잡아먹는다 하더라도 좋다.


1999년 5월 


_성석제, 『호랑이를 봤다』 작가의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