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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common place/오늘의 날詩

천국을 맛본 자, 맨정신이 싱겁겠으나, 김중식,시,1394 is 주체,울지도 못했다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나, 하도 속물이어서

절밥은커녕 젯밥만 봐도 헛구역질하는데

어쩌다 경經을 파먹으며

중세 수도원을 찾아다녔나 몰라


천국을 맛본 자, 맨정신이 싱겁겠으나

꿈결에 지은 집은 꿈 깰 때 접어야 하는데

이마에 찍은 화인火印으로

먼 곳을 비추는 서치라이트


지상에 세운 천국은

팝업 그림책으로 벌떡 일어서는 병풍 지옥도地獄圖


(… 사랑없이 혁명을 하던 이념의 인공지능들)


나는 돌아다니며 여러 신에게 기도했지

울면서, 술기운으로

주여, 천국을 제자리에 두소서

아무것도 하지 마소서

(신이여 썩 물러가라!)


술김에 한 말은 술 깰 때 접어야 하는데

(…)

아무것도 안 한 사람들끼리 C U in Hell


_김중식,詩 「1394 is 주체」中



도처(到處)에 난처(難處)한 사람들이

정처(定處)를 모르고 헤매는 유령들이


그러니 천도(遷都)

무주처(無住處)에로 shi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