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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言]common place/오늘의 날詩

내 안의 열쇠는 오직 느낌표 하나 만신창이 되어 세상을 열었다, 홍윤숙,시,정답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세상은 풀 수 없이 흩어진

암호의 숲이었다

나는 그 알 수 없는 숲에 갇혀

흔들리는 하나의 의문부호로 서서

몰아치는 폭풍의 위험을 고작

오십 킬로 미만의 체중으로 버티며

보이지 않는 세상 저편의 미지를 향해

손끝만 스쳐도 속절없이 울리는

악기처럼 울었다

나의 소망은 육법전서의 모범답안으로

인생의 갖가지 검열을 통과하고 싶었지만

끊임없이 일어나는 내부의 반란으로

십계의 계명을 파계하며

미망의 골목길을 숨어 다녔다

앞뒤로 쫓아오는 추적의 포위망 속에서도

눈먼 장님으로 타오르던 산불

그 미혹이 그때는 암호의 해답이라 생각했다

이제 와서 누군가 나의 등을 치며 웃는다

<첫번째 단추부터 잘못 끼운 실수다

잘못 푼 암호는 정답이 아니다>고

그러나 나는 항의한다

그 시절 내 안의 열쇠는 오직 느낌표 하나

그 여린 감성 하나로

만신창이되어 세상을 열었다. 누가 뭐래도

내가 푼 실수가 나의 정답이라고


_홍윤숙,詩 「정답正答」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