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은 자신이 읽은 책을 매력적으로 소개하는 작업을 아마존에서 직접 해 왔고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신간을 누군가에게 소개하는 일을 가장 좋아한다. 원래 성격은 수줍음이 많고 낯을 가리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책 이야기를 할 때만큼은 굉장한 수다쟁이가 된다며 웃었다. 특히 무엇인가를 망각과 무가치로 밀어 넣는 잔인한 세월에서 살아남은 고전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에 열성이다. 자신이 쓴 책이 그 결실이기도 하고.
"얼마나 재밌는지 몰라요. 독자나 책 판매업자로서 여러 사람에게 새 책이 아닌 책을 새롭게 보게 하는 일이요."
상대적으로 다른 오프라인 서점이 사람을 모으기 위해 하는 저자 초대 행사나 지역민을 모으는 작은 행사 같은 것은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협소한 장소 탓이기도 하지만 그런 식의 행사로 이목을 끄는 것은 너무 경쟁적이고 소모적이라고 판단한다. 출판사와 접촉해 저자를 불러오려면 소장 도서 오천 권에 서점이 꽉 차는 삼십 평 남짓한 피니북스보다 매출 규모와 공간이 훨씬 큰 엘리엇베이 북컴퍼니가 더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톰은 아마존이 잘 할 수 있는 일과 지역과 규모에 따라 독립 서점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서점이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일보다 독특하고 관습적이지 않은 일을 하려 한다. 마주하고 있는 거리에 위치한 블루버드 아이스크림, 카페 비타, 코누토 피자, 일곱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비영리 학습 센터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
"매일 밤 이벤트를 여는 것보다 그냥 이 지역 사람이 자발적으로 소소하게 모이는 곳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대선 결과* 때문에 다들 충격에 빠져 있을 때 깨달았어요. 다음 날 가게에 나오면서 서점 분위기가 어떨까 걱정했어요. 워낙 큰 사건이고 실망이 커서 사람들이 책을 읽고 싶어 할까 했거든요. 그런데 그 주에 손님이 꽤 많이 왔어요. 어떤 이는 책을 사러, 어떤 이는 그냥 누구에게든 얘기를 하러 온 거죠.
서점은 책을 다루는 곳이고 책을 읽는 사람은 사유하는 사람이자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기 때문에 저희 서점 같은 장소에 들어와
그냥 있고 싶어했어요."
(…) 직접 말을 걸지 않아도 책은 어느새 주변 사람과 관계를 맺어 주었다. (…) 낯 가리는 손님이 책으로 친구가 되고 딱히 책을 사려는 생각도 없이 들렀다가 뜻밖의 책을 들고 집에 돌아가거나 하면서.
(…)
"저는 세상 모든 책을 소장한 아마존에서 일했지만 독립서점**은 대체 불가능한 공간이었어요. 그곳으로 들어가 잘 선별된 서가를 둘러보고 서점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저는 제가 좋아할 만한 뜻밖의 책을 만나곤 했습니다. 저도 저희 서점을 찾는 이에게 그런 일을 해주고 싶어요."
톰은 아마존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아마존 초창기 지역 사무소의 요청으로 창고에서 세상으로 나갈 책을 직접 포장했던 일을 꼽았다.
자신의 서점에서 톰은
그런 단순한 시간으로 돌아가려 한다.
_이현주,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서점』 中
*트럼프 당선
**동네서점
[言]common pl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