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言]common place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이야기했습니다.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동네서점 사각공간(思覺空間)

 "여러분은 십대 공원(工員)이라는 주제를 놓고 삼십 분 동안이나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르면서 아는 것처럼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십대 공원에 대해 죄스러운 마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행복동에 살 때 어느 분의 소개로 난장이 아저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평생 동안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분의 아들과 딸이 공장 지대에 가 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복잡하고 힘든 일을 합니다. 그들의 어린 동료들은 자기 자신을 표현할 줄도 모르고, 인간적인 대우를 어떻게 해야 받는지도 모릅니다. 현장 일이 그들의 성장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위에서는 날마다 무지한 생산 계획을 세웁니다. 공원들은 기계를 돌려 일합니다. 어린 공원들은 생활의 리듬을 기계에 맞춥니다. 생각이나 감정을 기계에 빼앗깁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 생각나죠? 그들은 낙하하는 물체가 갖는 힘, 감겨진 태엽 따위가 갖는 힘과 같은 기계적 에너지로 사용됩니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처럼 십대 공원 이야기를 하며 노동이라는 말, 의무라는 말, 자연적인 권리라는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처럼 그들을 돕자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갖는 감상은 그들에게 아무 도움을 못 줍니다. 난장이 아저씨의 아들딸과 그 어린 동료들이 겪는 일을 보고 느낀 것이 있습니다. 197X년, 한국은 죄인들로 가득 찼다는 것입니다. 죄인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말고 윤호는 기타 소리를 들었다. 남자아이가 구석 쪽으로 가 기타를 치기 시작한 것이다. (…) 아이들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윤호는 단념하고 이야기를 끝내 버렸다.


 아이들은 다음 프로그램을 원하고 있었다.


_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