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하지만 두 사람이 "다른 것은 모두 이것을 위해서"라고 말할 만한 것이 없었다. 아이들은 생활의 중심이자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없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헤아릴 수 없는 기쁨과 재미와 만족을 안겨줄 수는 있지만, 삶의 원천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도 안 되고. 수전과 매슈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매슈의 일이 '이것'일까?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흥미로운 일이긴 해도, 존재의 이유라고 할 수는 없었다. 매슈는 자신의 일솜씨에 자부심을 느꼈지만, 신문 그 자체를 자랑스러워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것으로 여기며 애독하는 신문은 그가 일하는 곳의 신문이 아니라 다른 신문이었다.
그렇다면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일까? 음, 그나마 이 마음이 '이것'에 가장 가깝기는 했다. 사랑조차 삶의 중심이 아니라면, 무엇이 중심이 될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의 훌륭한 인생은 분명 사랑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인생은 확실히 훌륭했다. 수전도 매슈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이 만들어낸 결혼생활, 네 아이, 커다란 집, 정원, 파출부, 친구, 자동차 등을 내심 경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다……. 바로 이것, 이 모든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존재하게 된 것은 수전이 매슈를 사랑하고 매슈가 수전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니 사랑이 바로 삶의 중심이자 원천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다른 모든 것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수전이나 매슈의 잘못은 확실히 아니었다. 원래 세상이 그런 탓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현명하게 상대를 탓하지도, 자책하지도 않았다.
_도리스 레싱, 「19호실로 가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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